또 다른 세상2008. 10. 9. 16:14


올초 1월14일에 예매를 했던 공연.
뭐랄까.. 이 공연은 오랜 기다림끝의 감동과 함께 꽤 신기하고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공연이다

내가 처음 라떼에미엘레의 'Papillon' 이란 앨범을 듣게 되었던것이 15~6년 전쯤 될려나..
언제 어떻게 접하게되 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 '전영혁의 음악세계'나 그당시 즐겨보던 핫뮤직이라는 락전문잡지를 통해서가 아닐까 싶음) 너무나도 서정적이고 서글프면서도 아름다운, 때때로 아주 강렬한 멜로디와 노래, 연주가 처음 듣는순간부터 굉장히 강한 인상이 남던 음반이었다.
특히, LP를 구입했을 당시 A면을 채우고있던 서곡을 포함한 총 8곡의 'Papillon 빠삐용' 이란 테마로 이루어진 곡들을 듣고있자면.. 마치 안타깝고 슬픈 내용의 프랑스나 이태리의 흑백 영화를 보고있는듯한 느낌도 들고.... (.. 라고 해도 프랑스나 이태리의 흑백영화를 그다지 본적은 없지만..;)
이태리말을 알수가 없어 가사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할수는 없지만.. 20분을 넘게 계속 변화하는 곡의 전개가 머릿속에 어떤 영상이 그려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당시 이 앨범에 꽃혀..; 데뷰앨범인 'Passio Secundum Mattheum'도 찾아 듣게되었는데..내가 종교랑은 거리가 먼인간이라서 그런지..; '마태가 전하는 그리스도의 수난극' 이라는 테마를 가진 앨범답게 너무 무겁고 장대하고 웅장한 느낌이 나로서는 빠삐용 앨범만큼 가슴에 와닿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클래식, 락, 재즈까지 혼합되어 쉴새없이 전개되는 곡들을 듣고있자면..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음악을 만들수가 있을까...(뭐.. 나야 이론적으로는 무지하니까..;) 싶은생각이 들기도한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이 데뷰앨범인 'Passio Secundum Mattheum'을 발매할당시 멤버들이 모두 10대였다는 점! (아... 천재들....- -!!)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면 그 나이에 이런곡을 만들고 연주하고 노래할수있는걸까....

여튼.. '프로그레시브 락'이라는 장르의 음악들이 보통 그러하듯, 라떼에미엘레의 음악은 처음 접했을때부터 나에게는 범상치 않는 스타일의 음악이었으며, 라이브로 즐기는 음악이라기 보다는 마음을 가다듬고 들어야하는 감상용 음악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러한 이유에선지.. 기다렸던 공연의 막이오르고 연주가 시작되면서 내눈앞에 펼쳐진.. 너무나도 단촐하게까지 느껴졌던 밴드의 구성이 왠지모를 위화감같은게 느껴지기도했다.
난 도대체 어떤 상상을 하고 있던걸까.....
(한쪽에 혼성코러스단이 있긴했지만..) 성당의 파이프오르간이라던가 관악과 현악이 어우러진 오케스트레이션, 엄숙하고 웅장한 느낌의 합창단.. 아마도 막연하게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것 같기도하고...
솔직히.. 공연을 보기전 그 음악들을 어떻게 라이브로 풀어낼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는데.. (실제로 'Passio Secundum Mattheum' 같은 경우 해설지에보면 앨범발매 후 가졌던 라이브무대에서 레코딩된 연주만큼 제대로 표현이 되지 않아 쓴맛을 보았다는 글도 있다.)
퍼펙트하게 재현 (빠삐용의 도입부분이라던가.. 중간중간 들리는 나레이션이 미리 녹음된 소리가 나온것이 아주 살짝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된 이번 라이브는 앨범발매 당시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발전된 신디사이져의 기능과 컴퓨터 소프트웨어?의 덕을 톡톡히 보지 않았을까.. 싶다.

그렇게 그렇게... 생각지도 못한 이상한 감각으로 공연은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런 위화감이나 이상한 기분도 잠깐.
레코드판, 혹은 시디로만 듣던 음악들이 내 눈앞에서 직접 연주되고 있다는 사실이 곧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흑백사진에서 보던 청년들이 이젠 지긋한 장년의 아저씨들이 되어서 내눈앞에 나타나 직접 마태수난극과 빠삐용을 연주하고 있는것이다.
으례 공연을 보고나면 꺼내게되는 무대연출, 조명이 어떻고 사운드가 어떻고 연주실력이 어떻고.. 이딴 자질구레한 얘기따윈 이번 공연에서는 별 의미도 없는듯 한 느낌이었다.
작년쯤엔가 이번 공연이 기획되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한번도 상상도 못해봤던 라이브무대였다.
한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라이브를 내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낄수있다는 사실이외 어떤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그렇게 20분같던 한시간이 지나고 10분같던 한시간이 또 지나고... 몇번의 앵콜후에 공연이 끝났다.

세상에.. 이런 공연을 단돈 66000원(조기예매할인;)에 보았다니!!!
요즘 실속없이 비싸지고 있는 울나라의 다른 공연들과 비교하니 66000원이란 가격마져 너무 싸게 느껴지고....- -;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가 있다는 소식을 미리 듣고 미리 빠삐용 LP도 준비를 해갔다.
뭐.. 평소 사인같은것이 그다지 연연해 하는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번만큼은 기념으로 남기고 싶어서...


(아래의 얼핏 자미로콰이스러운;;; 앨범은 이번에 새로나온 라이브 앨범. 공연장에서 세계최로 판매!)

물론 나도 속해있었지만.. 얼핏봐도 대부분 30대가 넘을것 같은 사람들이 사인받을려고 길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이 좀 재미나기도 했고...
그렇게.. 약 40~50분쯤 줄을서서.......;; 겨우 사인을 받고.. 막차 끊길까봐 공연의 여운을 느낄새도 없이 불이나케 강남역으로 향했다.. (아.. 일산에서 강남은 진짜 멀다..ㅠㅜ)

작년 뉴트롤즈의 공연을 티켓오픈일에 맞춰 좋으자리로 예매를 했으나 당일날 급한일이 생겨 가질 못했던 불상사가 있었는데.. 이번 라떼에미엘레 공연을 보고나니 그때 그 급한일을 취소하고서라도 뉴트롤즈의 공연을 보지 않았던것이 너무나 후회가 됨.

*

그래.. 지금은 KD상에 대한 열정때문에 모든것이 다 묻혀져 잊고있었지만.... 예전엔 이런것에 열광하고 감동받던 내가 있었지....
그때의 기억과 감정들을 살짝이나마 꺼내볼수있었던.. 여러모로 의미있던 공연....

 

Posted by eda